고향을 담은 집: 가족의 뿌리와 추억
고향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다. 마음이 돌아가고 싶은 곳, 추억과 뿌리가 깃든 공간이다. 소개된 두 가정은 새로운 고향집을 만들어 자식과 자신에게 안식처를 선물했다. 남양주와 양평, 기차길 옆 오두막과 강변의 퓨전 한옥에서 그들은 고향의 의미를 재정의한다.
남양주: 기차길 옆 아홉 번째 집
남양주의 눈 덮인 철로 옆,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 근처에 첫 번째 집이 있다. 김영철·조연미 부부는 아홉 번째 집을 짓기 위해 이곳을 택했다. 도시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산부인과가 원적이라면, 이곳은 정겨운 고향이 되길 바랐다. 예산과 마산 출신인 부부는 자식과 가까이 살고자 10년 전 이 땅을 골랐다. 상수원 보호구역과 무허가 주택으로 제약이 많았지만, 건축가는 사선을 주제로 세 채(부부 동, 아들 동, 딸 동)를 완성했다. 부부의 비동은 12평, 평상과 2층 침대가 있는 미니멀 공간이다. 좁아도 여백을 살려 따뜻함을 더했고, 그림 일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들 방은 동굴 같은 사선 지붕과 천창으로 독립성을, 딸 방은 밝은 삼각 구조와 테라스로 예술성을 강조했다. 4월, 딸의 마당 결혼식을 위해 보리를 심었고, 가족은 사진을 보며 도란도란 모인다. 작업실과 아트숍으로 예술가 가족의 뿌리를 내린 이 집은, TV 없는 평상에서 추억을 쌓는다.
양평: 남한강 옆 퓨전 한옥, 경관재
양평 남한강변의 두 번째 집은 ‘경관재’다. 이종·신미경 부부가 만든 이곳은 아내(회장님)의 고향 청송 고택을 재해석했다. 담장과 능소화, 소나무로 전통을 살리며, 스페인瓦 지붕으로 퓨전을 더했다. 해군 건설 업무 32년을 보낸 남편은 상세한 설계로 집을 완성했다. 현관 갤러리엔 아내의 동양화와 명심보감이, 중정엔 부부를 상징하는 사철나무가 있다. 침실은 남한강 조망을 위해 창 높이를 조정했고, 고제 테마로 한옥 느낌을 냈다. 남편의 로망은 색소폰 연주 공간. 30주년 선물인 색소폰으로 손주와 함께 즐긴다. 다락방은 이웃 조망권을 위해 포기했지만, 아늑함으로 전화위복이 됐다. 아내는 실용성을, 남편은 낭만을 추구하며 균형을 맞췄다. 1985년 기차에서 시작된 사랑은 3개월 만에 결혼으로 이어졌고, 40년간 관사 생활의 희생을 보상하듯 이 집을 지었다. 손주와 자식 나무를 심으며 대대로 뿌리내리길 바란다.
고향의 재발견
두 집은 고향을 새로 창조했다. 남양주는 자식의 안식처로, 양평은 부부의 평생 터전으로. 예술과 전통, 독립과 소통이 공존하며, 이들은 고향을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들었다. 당신의 고향은 어디에 담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