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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EBS

사랑은 보편적이고 영원한 감정일까?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Eva Illouz)는 사랑을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맥락 속에서 탐구하며, 낭만적 사랑이 자본주의와 어떻게 얽혀 있는지 밝힌다. 그녀의 강연은 사랑이 단순한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기술의 영향을 받는 복합적 현상임을 보여준다.


사랑: 심리적 감정이 아닌 사회적 구성물

일루즈는 사랑을 “사회적, 문화적 현상”으로 정의한다. 1960년대 심리학자 도널드 더튼과 아서 아론의 실험은 이를 잘 보여준다. 무서운 현수교와 안전한 다리를 건넌 남성들이 매력적인 여성 실험자에게 전화번호를 받았을 때, 무서운 다리를 건넌 이들이 더 많이 연락했다. 두려움으로 인한 각성이 여성의 매력으로 해석된 것이다. 이는 사랑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과 은유, 신화에 따라 해석되는 경험임을 시사한다. 일루즈는 사랑을 심리학적 문제로만 보지 않고, 자본주의와 소비문화가 형성한 구조적 현상으로 본다.

 


낭만적 사랑과 자본주의의 공생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 리처드 기어와 줄리아 로버츠의 이야기는 낭만적 사랑이 돈과 대립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자본주의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낭만적 사랑은 개인을 독특하고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여기며, 금전적 가치로 환원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는 자본주의의 개인주의와 소비문화를 강화한다. 20세기 초까지 결혼은 경제적 계약이었지만, 자본주의는 노동시장의 개방으로 부모의 통제에서 벗어나 낭만적 사랑을 결혼의 이상으로 만들었다. 영화, 광고, 뉴미디어는 로맨스를 상품화하며 냉장고, 향수 같은 제품에 낭만적 이미지를 덧입혔다.


데이트의 진화: 공동체에서 개인으로

19세기 미국 시골에서는 피크닉, 퀼팅 모임 같은 공동체적 여가가 구애의 장이었다. 반면, 중산층은 가정 내에서 엄격한 예절로 구애를 통제했다. 20세기 들어 자동차, 댄스홀, 영화관의 등장은 데이트 문화를 낳았다. 1930년대에 이르러 데이트는 커플 중심의 사적인 여가 소비로 바뀌었다. 이는 부모의 통제와 종교적 도덕의 약화, 도시화의 결과였다. 데이트는 개인의 자유와 친밀함을 강조하며, 낭만적 사랑을 소비문화와 결합시켰다.


디지털 시대의 사랑: Tinder와 부정적 관계

Tinder 같은 데이트 앱은 낭만적 만남의 인프라를 뒤바꾼다. 시각적 이미지와 즉각적 판단에 기반한 스와이프는 빠르고 효율적인 선택을 가능케 하지만, 관계의 불확실성을 낳는다. 일루즈는 이를 “부정적 관계”라 부른다. 이는 모호한 규범과 불확실성으로 특징지어진다. 예를 들어, 섹스 후 관계의 성격을 알 수 없거나, 상대의 헌신 여부를 묻기 어려운 상황이 그렇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심리적 불안을 초래하고, 안정적 관계 형성을 어렵게 한다. 일본의 출산율 감소(1.4명)와 단독 가구 증가 같은 사회적 변화는 이를 반영한다.


성의 재정의와 돌봄의 위기

성이 현대인의 자유와 정체성의 핵심이 된 것은 사생활 권리, 성 과학의 발달, 프로이트의 쾌락 원칙에서 비롯된다. 성은 생물학적 충동이자 쾌락의 장소로 재정의되었고, 소비문화는 이를 여가와 오락으로 연결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안정적 관계와 사회 재생산을 약화시킨다. 철학자 낸시 프레이저가 말한 “돌봄의 위기”는 부정적 관계와 단독 가구 증가로 나타난다. 역설적으로, 성 혁명은 젊은 세대의 성관계 감소를 초래하며, 선택의 자유가 관계 회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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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재구성: 인간성을 위한 도전

일루즈는 사랑이 좋은 사회를 위한 핵심 자원이라고 본다. 페미니즘은 사랑을 상호 취약성과 평등을 기반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존재로 서로를 인식하며, 가학성과 피학성의 유혹을 피하는 사랑이다. 사랑은 개인적 감정을 넘어 사회적, 정치적 의미를 가지며, 인간성을 실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사랑은 자본주의와 기술의 틀 속에서 끊임없이 재형성된다. 일루즈의 통찰은 낭만적 사랑이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구조 사이에서 어떻게 춤추는지 보여준다. 당신의 사랑은 어떤 맥락 속에서 피어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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